📖 Yoori | Double Bind_Artist’s Book Project

무거운 낱말들 / Heavy Words
어떤 단어들은 너무 무거워, 가장 깊고 깊은 심연에 가라앉아있다. 한 장의 종이에 담기에 그들은 너무도 무겁다. 연필로 적어둔 그 단어들은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페이지 속으로 깊이 파고 들어갈 것이다. 꾸역꾸역 아래로 아래로, 자기의 모습이 드러나지 않길 바라는 것처럼. 종이 위에 얹어진 글씨가 아닌, 칼로 새겨져 버린 상처의 모습 일 것이다. 그 단어들이 침잠한 페이지를 넘기는 데에는 꽤 많은 힘이 필요하다. 고작 한 장의 페이지를 넘기기가 꽤 쉽지 않다.

더미 Dummy

2021

더미 Dummy

2022

더미 / Dummy
읽히지 않는 책을 만든다. 읽히지는 않지만,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든다. 그 책 속에는 아무런 언어가 존재하지 않는다. 하지만 단어도 있고, 문장도 있고, 마침표도 있고, 물음표도 있다. 그 책 속에는 아무런 서사도 존재하지 않는다. 하지만 시간과 공간과 마음을 휘젓는 이야기가 있다. 그 책 속에는 그 어떤 결말도 존재하지 않는다. 하지만 그 어떤 시작과 끝이 들어있다.

작은 관 / Little coffin book
어제, 오늘, 몇 개의 문장이 증발했다. 그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, 그리고 기록되지 않을 문장들의 자리를 마련한다. 굳이 굳이 비워진 자리에 채워지지도 못할 그들이 가엾어, 빈자리에 꾸역꾸역 무언가를 채워 넣는다. 읽을 수도 없이 쓸 수도 없이 사라져 버린 문장들을 가슴에 새기며.